[서귀포시 성산읍] 로컬 고기국수 맛집 '백년손님'
이번 여행에서 고기국수는 실패구나 싶어서 마음을 놓은 상태. '고국수'가 가격은 비싼데 맛은 형편없어서 많이 실망에 빠져있었다. 마지막 날 원래 일정을 변경해서 흑돼지 버거를 점심으로 먹으러 가기 전, 와이프가 너무 배고파서 뭐라도 먹어야겠다고 꼬르륵거렸다. 나는 그다지 배가 고프진 않았는데 와이프님이 배가 고프시니.. 그냥 가는 길에 소화가 빨리되는 국수라도 한 사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오면 들어가야지 하며 운전 중에 하나 찾았다.
진짜 그냥 국도만 쭉 있다가 갑자기 하나 솟아 나온 국수집. 주변에 다른 음식점은 없다.
어차피 멸치국수 정도로 먹을까 하며 들어갔다.
*영업시간
월~일 : 07:00 ~ 21:00
매달 둘째, 넷째 주 목요일 정기 휴무
주차 가능
1. 건물 외관
우리는 국수집 바로 앞에 주차를 했지만 식당 오른편에 마당 같은 빈 공간이 크게 있어서 여기다 주차를 충분히 가능하다.
2. 실내
생각보다 매우 넓고 깔끔하다.
허름할 거라는 예상과는 반대로 깔끔 그 자체.
처음에는 우리 외 1명 밖에 없어서 사람 없는 식당이구나 했는데 주문하고 기다리다 보니 6명 1팀, 1명씩 2팀, 또 오시더라.
손님들은 딱 봐도 동네 아저씨들.
3. 메뉴
고기국수, 돔베국수 그런거 당연히 팔 줄 알았다.
그런데 가격보고 충격.
제주도 물가 맞아??
멸치국수 6천원, 고기국수 7천 원이다.
이거 뭐, 당연히 맛을 기대하긴 어렵겠군. 그냥 배만 채워서 나가면 되겠다 싶었다.
4. 밑반찬
생각보다 맛집의 기준을 판단하기는 간단하다.
음식보다 먼저 깔려나오는 바로 밑반찬의 맛.
그런데, 어라.
여기 깍두기 무랑, 당근이 이런 맛이라고?
나이 들고 회사생활하면서 국밥집을 그렇게 많이 가봤는데 깍두기 무가 이렇게 달은 적은 처음이다.
김치 자체가 달면 그런 건 이미 아는 수준.
그런데, 이거 진짜 무가 엄청 달고 맛있다.
그리고 카레와 버무린 감자, 당근조림.
구좌읍 당근이라서 그런지 당근이 달다 달어.
내 인생에 당근만 빼먹은 적은 처음일세.
밑반찬들이 다 평균 이상이다.
5. 메인 메뉴
저렴한 가격이라 당연히 그냥 심심하고 배만 채울 생각이었는데.
멸치국수가 국물이 상당히 진했다.
감칠맛도 살짝 있고 양도 적지 않아서 가성비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내가 주문한 고기국수.
할 말이 없다.
이 가격에 이런 맛이라니.
고기국수 다른데 가지 말고 여기 와서 먹으면 된다.
국물이 엄청 진하고 위에 얹어진 고기도 양이 적지 않다.
나 배 안고팟는데, 이거 한 그릇 다 먹었다.
얼마 전에 먹은 '고국수' 집과 천지 차이.
그 집은 그냥 장사를 하기 위해 이거저거 엄청 꾸미고 화장까지 한 프랜차이즈 느낌이라면, 여기는 가격도 순박하고 제주도의 그 현지느낌이 진득하게 우러나온 맛집같이 저렴하고 그냥 맛있다.
저 가격에 이 정도 감칠맛이라면 어느정도 조미료를 썼겠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조미료를 썻는데도 평균도 못 미치는 식당이 있으니..
우리의 기대가 1도 없던 식당이 순식간에 우리가 찾은 숨은 맛집이 된 것 같아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위치상으로 그렇게 접근성이 좋은 곳은 아니지만 이 근방을 여행하다가 배가 출출하다면 매우 가성비 좋은 이 국숫집을 추천한다.
재방문의사 매우 충분.